프란치스코 교황을 통해 진정한 교황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중심을 지키며 청빈한 삶을 선택했던 한 사람에 대한 존경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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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교황'이란 저런 사람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종교를 갖고는 있지만, 가톨릭은 아니다.
그래서 '교황'이라는 존재에 큰 관심을 두고 살아오진 않았다.
그러던 내가 유일하게 이름을 외운 교황이 있다.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
얼마 전, 조용히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 그가 교황 자리에 올랐을 때, 뉴스는 온통 그의 이야기로 도배됐다.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 가톨릭 역사상 최초."
그래서? 백인이 아니라는 게 이렇게 뉴스거리가 되는 건가?
가톨릭 안에서도 백인 중심주의가 있는 건가?
해외 시상식에서 유색인종이 상 받으면 그게 더 뉴스가 되는 것처럼—
그땐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저 그런 뉴스 하나로 흘려보냈던 이 인물이,
내게 ‘존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 건,
그가 세월호 유가족과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직접 한국에 와서 그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면서부터였다.
금 대신 쇠목걸이, 방탄차 대신 소형차
교황이라는 자리는 전통적으로 권위와 상징으로 가득 찬 자리다.
세계사만 봐도, 중세에는 교황이 왕보다 더 큰 종교권력을 휘둘렀고,
프랑스나 영국 왕들과 교황 사이의 복잡한 관계만 봐도 그 권력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화려한 의복과 궁전, 수많은 사람들의 추종 속에서
누구든 ‘신처럼’ 군림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나는 교황이라는 사람을
그렇게 ‘신의 대리인’처럼 떠받드는 분위기 자체가 낯설고 의아했다.
가톨릭뿐만 아니라, 여러 종교에서 제사장 역할을 하는 이들을 과하게 신격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그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톨릭 역시 역사적으로 마냥 깨끗하지만은 않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교황이라는 자리에 앉은 사람을
그저 ‘우와..’ 하며 보는 시선엔 좀처럼 공감하기 어려웠다.
결국 사람의 세계는 어디든 비슷하니까.
아무리 종교집단이라고 해도, 사람이 모인 곳에 권력과 정치가 없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며 본 종교 세계는 늘 그랬다.
내가 들은 바로는, 우리나라 가톨릭이 헌금을 가장 많이 교황청에 낸다라는 말도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헌금이 교황청으로 모였다가
다시 분배되는 구조라고도 들었다.
그래서 처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관심을 보인다고 했을 때,
속으로 이런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뭐, 우리나라 헌금이 많이 걷히니까 그런 거 아냐?”
그런 생각을 품었던 나였기에,
오히려 그가 보여준 삶의 태도가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가 착용하던 십자가는 금도, 은도 아닌 쇠로 만든 소박한 십자가 하나.
공식 교황 관저가 아닌,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지내는 산타 마르타 게스트하우스.
그는 이곳의 공동 식당에서 밥을 먹고,
직원들과 함께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며 평일을 보냈다고 한다.
교황 전용차 대신 일반 셔틀버스,
화려한 망토 대신 간소한 복장.
그의 선택 하나하나가,
‘내가 이 자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 같았다.
그의 삶 자체가, 말보다 더 많은 걸 보여준 것 같다.
한반도,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
그리고 그는 한반도의 분단 현실에도 깊이 공감했다.
어느 주교는 이렇게 전했다.
“민족과 언어, 문화, 전통이 같은데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 데 대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다고 말씀하셨다.”
남북 관계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메시지.
부활절이었던 2025년 4월 20일 아침,
의료진이 만류했음에도 그는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섰다.
그는 3만 5천여 명의 신자들과 눈을 마주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라.”
교황으로서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선 그 순간.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곧 떠날 것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끝까지 사임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이유.
그건 단지 책임감이나 원칙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말과 몸으로 역할을 완수하고 싶었던 사람이었기 때문 아닐까.
사실 이 글에서 말한 정보들이 모두 정확하다고 확신할 순 없다.
다만 내가 기억하고, 관찰하고, 마음에 남았던 순간들을 중심으로 쓰고 싶었다.
💖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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